[뉴스잇] 주인 잃은 집…전세사기 '2차 피해'<br /><br />딱 1년 전입니다.<br /><br />작년 6월 1일,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시행됐습니다.<br /><br />피해자들이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, 주택 우선매수권 부여, 긴급 거처 지원 등의 내용입니다.<br /><br />특별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, 피해자들 상황은 어떨까요.<br /><br />집 벽면에 곰팡이가 가득하고, 현관 앞에는 물웅덩이가 생겼습니다.<br /><br />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지금 살고 있는 집입니다.<br /><br />집주인이 잠적하면서 건물을 관리할 사람도 사라졌고, 방치된 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이사를 갈 수도 없습니다.<br /><br />전 재산에 가까운 보증금을 잃었기 때문이죠.<br /><br />보증금을 마련하려 대출을 받은 터라 보증금도 잃고 대출금까지 다달이 갚아나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.<br /><br />피해자들은 지난 1년간, 피해자 결정 통지서를 받은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합니다.<br /><br />주인 없이 방치된 집에서 '2차 피해'를 견뎌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.<br /><br />뉴스잇, 오늘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.<br /><br />먼저 화면으로 함께 보시겠습니다.<br /><br />지난달 26일 오후.<br /><br />전세사기 피해자 허민우 씨를 만나기 위해 인천 계양구의 한 빌라를 찾았습니다.<br /><br />2년 전 이 빌라에 들어온 민우 씨는 입주 넉 달 만에 집주인으로부터 "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다"는 말을 들었습니다.<br /><br />제가 와 있는 이곳은 인천 계양구의 한 다세대주택 단지입니다.<br /><br />저희와 연락이 닿은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 주택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데요.<br /><br />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집 내부 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합니다.<br /><br />제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.<br /><br />물 퍼내는 펌프인 것 같은데… 여기 물이 많이 고이면 이 펌프를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.<br /> "이게 웬 물이지 싶었어요 처음에는. 저렇게까지 안 쌓였거든요. 그런데 점점 많아지고, 이제는 저 펌프를 하루에 두 번을 돌려요.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, 퇴근하고 나서 한 번. 한겨울 발 시려가면서 3시간씩 삽으로 퍼냈는데, 그건 도저히 못 할 짓이라고 생각을 해서…."<br /><br />구청과 시청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지만, 소유권을 가진 집주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.<br /><br /> "이걸 시청에 얘기해도 일단 소유주는 집주인으로 돼 있으니까. 보험을 해서 이걸 수리하고 싶어도 집주인이 수리를 신청해야 되고…."<br /><br />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한 시간 동안이나 펌프를 틀어놓아도, 물은 금세 발목까지 차오릅니다.<br /><br />현관 앞에 고이는 물을 빼기 위해 민우 씨는 아침저녁으로 10분씩, 이 펌프를 작동시킵니다.<br /><br />펌프를 작동시키면, 이 호스를 통해 고여있던 물이 밖으로 배출됩니다.<br /><br />펌프는 집 안, 싱크대 아래에도 설치돼있습니다.<br /><br />배관 수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펌프가 자동으로 작동하는데, 펌프 용량이 다 차버려서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차올랐던 적도 있습니다.<br /><br /> "여기 밑에 물이 다 올라와서 첨벙첨벙할 정도였어요. (곰팡이는 처치가 안 되는 거네…) 처치를 할 수가 없는 것이죠. 해도 다시 생기니까…."<br /><br />지난해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통지서를 받은 민우 씨는 정부가 제시한 대책 중 그 어느 방안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.<br /><br />피해 금액 중 최우선변제금만 무이자로 장기대출을 받는다면 향후 다른 대출을 받는 데에 제한이 생겼고, 애초에 이 집을 매수할 의향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매수권을 양도받는 것도 선택지에서 제외됐습니다.<br /><br /> "계속 또 다른 굴레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고. 피해자들은 빚을 계속 갚아가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, 그렇다고 해서 다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…, 정책들은 많이 발표되고 뭐가 되고 뭐 해주고 이주도 되고 말은 많은데, 제가 느끼기에는 단 하나도 도움받는 건 없거든요."<br /><br />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해 매달 변제금을 내고 있는 민우 씨는 얼마 전 뉴스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을 접했습니다.<br /><br />"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어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."<br /><br />민우 씨는 장관에게 자신의 계약서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합니다.<br /><br /> "국토부 장관님께 제 서류를 한번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. 저는 이 서류를 지금 어느 변호사를 가져가든, 어떤 전문가에 가서 보여주든 문제가 없는 서류에요, 지금도. 그냥 집주인이 돈 안 주겠다고 하면 전세 사기인 거예요."<br /><br />금전 피해에 이어서,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사기 2차 피해에 고통받는 민우 씨.<br /><br />당장이라도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,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충분한 보증금과 이사 자금을 모을 때까지 버티는 것뿐입니다.<br /><br />이렇게 피해자들 호소가 이어지자, 정부도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습니다.<br /><br />얼마 전에는 야권에서 이른바 '선구제 후회수' 방안이 담긴 개정안을 추진했지만, 정부가 난색을 표해 무산됐죠.<br /><br />대신 정부는 추가적인 구제 방안을 발표했습니다.<br /><br />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피해자의 주택을 매입하고,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액은 피해자에게 돌려준다는 게 정부안의 핵심입니다.<br /><br />피해 주택의 LH 감정가에서 실제 경매 낙찰가를 뺀 금액만큼 피해자 지원에 사용한다는 내용입니다.<br /><br />또 그간 LH 매입 대상에서 제외됐던 근생빌라, 그러니까 일종의 불법 주택이죠.<br /><br />이것도 LH가 매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습니다.<br /><br />정부는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확실히 보장하는 방안이라고 했지만, 피해자들은 차액 지원에 더해서 '선구제 후회수'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.<br /><br />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1만 7,000여명입니다.<br /><br />전세사기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거나, 세상을 떠난 피해자도 끊이지 않습니다.<br /><br />더 이상의 비극이 없도록, 더 세심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시급해 보입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